변류기(Current Transformer, CT)의 변류비는 1차측 정격전류와 2차측 정격전류(통상 5A 또는 1A)의 비율로, 전력 시스템의 심장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높은 변류비를 선정할 경우, 계측의 정확도 저하와 보호 계전 시스템의 신뢰성 문제 등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변류비 선정은 일반적으로 부하의 최대 사용 전류에 1.25~1.5배의 여유율을 적용하여 계산된 값보다 큰 정격 값 중에서 가장 가까운 상위 값을 선택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큰 변류비를 선택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변류기는 대전류를 계측기나 계전기가 다룰 수 있는 소전류로 변환하는 장치입니다. 변류비가 과도하게 높다는 것은, 1차측의 큰 전류 변화가 2차측에서는 매우 미미한 전류 변화로 나타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정상 운전 시 1차측 전류가 100A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처럼 변류비가 너무 높으면 정상 운전 시 2차측 전류가 매우 작아집니다. 계측기(전류계, 전력량계 등)는 일반적으로 정격 전류(5A) 부근에서 가장 높은 정확도를 보입니다. 0.5A와 같이 정격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전류는 계측기의 오차율을 증가시켜 정확한 전력 사용량 측정이나 부하 감시를 어렵게 만듭니다. 이는 마치 50kg까지 잴 수 있는 저울로 1kg 미만의 미세한 무게를 측정하려는 것과 같아서, 측정값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보호 계전기는 전력 계통에 단락이나 지락과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하게 감지하여 차단기를 동작시키는 핵심적인 보호 장치입니다. 계전기는 변류기 2차측의 전류 값을 기반으로 사고 여부를 판단합니다.
만약 변류비가 과도하게 높게 선정되면, 사고 발생 시 1차측에 흐르는 고장 전류가 2차측에서는 계전기를 동작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은 작은 값으로 변환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차측에 1000A의 고장 전류가 흐르는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보호 계전기는 5A에서 동작하도록 설정(정정)되어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처럼 변류비가 과대하면 명백한 사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보호 계전기가 이를 감지하지 못해 차단기를 트립시키지 못하는 '부동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설비의 소손은 물론, 대규모 정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특히 최소 고장 전류를 정확히 계산하고, 그에 맞는 변류비와 계전기 정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전력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부하의 미세한 변동이나 초기 단계의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변류비가 너무 높으면 2차측 전류의 변화 폭이 매우 작아져, 이러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이는 설비의 예방 진단 및 유지보수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변류기의 변류비 선정은 단순히 최대 부하 전류보다 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정상 운전 시의 측정 정확도와 사고 시의 보호 신뢰도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과도하게 높은 변류비는 "안전"보다는 오히려 시스템의 "불감증"을 유발하여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